여름이 오면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진다. 하지만 유명 관광지는 이미 사람들로 북적이고, 더위를 피하러 갔다가 오히려 더 지쳐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다른 여름을 제안하려 한다.
덜 알려졌지만 더 깊이 있게 여름을 느낄 수 있는 국내 숨은 여행지 3곳. 사람은 적고, 풍경은 크고, 여유는 가득한 그런 장소들이다.
전북 진안 – 운일암 반일암 계곡, 물소리로 채우는 여름
전라북도 진안에 위치한 운일암 반일암 계곡은 여름철 계곡 여행지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명소다. 이름에서 느껴지듯, 운일암과 반일암이라는 두 거대한 바위가 계곡을 가로지르며 마치 자연의 문처럼 서 있는데, 그 사이를 따라 시원한 물줄기가 흐른다.
이곳은 전국적인 계곡 명소들에 비해 상업시설이 많지 않아 더 자연 그대로의 여름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계곡물은 맑고 차가우며 바닥이 잘 보여 아이와 함께 놀기에도 좋다. 바위 위에 걸터앉아 발을 담그고 앉으면 물 흐르는 소리와 숲 사이 바람 소리만이 귀를 채운다. 도심의 에어컨 바람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건강한 시원함이다.
특히 이곳은 여름철에도 캠핑이나 차박이 가능한 공간이 넉넉해 조용히 쉬어 가기에 좋다.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이름 모를 소나무 숲과 마을길이 이어지고 차분한 하루를 보내기에 충분하다.
혼잡함 없는 여름, 운일암 반일암은 그런 여름을 원할 때 떠나기 좋은 장소다.
강원 인제 – 용대리 자작나무 숲, 초록의 그늘 아래서 숨 쉬기
강원도 인제군의 용대리 자작나무 숲은 여름이면 빽빽한 자작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과 바람으로 자연형 피서지가 된다. 사진이나 TV로 자주 등장해본 적은 있지만 실제로 찾아오는 사람은 많지 않아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의 매력은 단연코 숲이 주는 감각적 쾌감이다. 자작나무는 흰색 줄기에 얇은 이파리를 달고 있어, 여름 햇살을 받으면 숲 전체가 반짝이는 초록빛으로 물든다. 빛과 바람, 나무의 향이 조용히 흘러가는 가운데 걷다 보면 마치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몸이 정화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숲길은 비교적 완만하고 정비가 잘 되어 있어 등산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특히 여름 아침이나 오후 늦게 방문하면 햇빛이 나뭇잎 사이로 부서져 들어오는 풍경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무더위로부터 숨고 싶을 때 그늘과 공기로 피서를 대신하고 싶다면 자작나무 숲은 가장 자연스러운 답이다.
경남 거창 – 수승대 계곡과 고찰 여행, 여름의 시간 속을 걷다
경남 거창군의 수승대 계곡은 천년 고찰 거창 수승대와 함께 어우러지는 역사와 자연이 공존하는 여름 여행지다. 이곳은 깊은 계곡물이 맑게 흐르고, 그 주변에는 오래된 정자와 문화유산이 그대로 남아 있어 단순한 물놀이를 넘어 느림의 미학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수승대라는 이름은 조선 중기의 선비들이 이곳의 풍경과 물소리에 반해 수양을 쌓던 곳이라는 의미에서 유래했다. 지금도 정자 위에 앉아 계곡을 바라보면 자연이 주는 고요함과 고택의 시간이 동시에 밀려온다.
이곳은 단지 시원한 것이 아니라 깊은 여름이다.
계곡 주변에는 산책로도 잘 정비되어 있고, 물놀이 구간과 쉼터 구간이 나뉘어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도 추천할 만하다. 무엇보다 사람의 손길이 과하게 닿지 않은 채 유지되고 있어 자연 본연의 흐름을 따라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근처에는 고요한 마을 카페와 국밥집 작은 전통시장도 있어 여행의 마무리까지 온전히 지역 속에 머물며 할 수 있다. 피서라는 단어가 단순히 더위를 피하는 걸 넘어서 자신을 쉬게 하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