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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잎이 물들기 전 풍경 – 희소성 있는 국내 가을 여행지 3선

by 비안트 2025. 4. 15.

 

가을 여행이라고 하면 흔히 단풍을 떠올린다. 하지만 붉고 노란 잎이 물들기 전, 그 사이의 시기를 여행하기 좋은 곳들이 있다. 바람은 서늘해지고 여름의 습기는 자취를 감춘 이맘때. 아직 관광객들로 붐비지 않고, 계절의 숨결만 조용히 스며드는 가을의 초입에만 느낄 수 있는 풍경이 있다. 이번에는 그런 시기에 찾기 좋은, 조금은 낯설고 덜 알려진 국내의 가을 여행지 3곳을 소개한다.

 

가을, 잎이 물들기 전 풍경 – 희소성 있는 국내 가을 여행지 3선
가을, 잎이 물들기 전 풍경 – 희소성 있는 국내 가을 여행지 3선

 

경남 합천 – 황매산 자락의 평온한 초가을

경남 합천은 보통 해인사와 합천호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 너머로 뻗은 황매산 자락은 가을이 시작될 무렵에야 진가를 드러낸다. 5월이면 철쭉으로 유명한 황매산이지만, 사람들이 잊고 있는 건 가을의 황매산이 의외로 고요하고 색감이 아름답다는 점이다. 이 시기엔 억새가 천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하고 나무들은 잎보다 빛을 먼저 바꾸며 가을을 준비한다. 등산객들로 붐비는 단풍철 전이라 등산로와 고개마다 조용하고, 황매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탁 트인 하늘과 푸르른 산세 위로 흐릿하게 스며드는 가을 빛이 인상적이다.

 

황매산 오토캠핑장이나 주변의 펜션도 이 시기에는 한산해 하룻밤 묵으며 별빛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을 갖췄다. 마을로 내려오면 작은 된장마을, 한적한 고택 민박 그리고 고요한 저수지를 따라 걸을 수 있는 길들이 이어져 있다. 가을로 접어드는 그 애매한 순간 황매산은 혼자여도 둘이여도 조용한 위로를 건네는 곳이다.

강원 평창 – 오대천과 봉평의 가을 들녘 산책

평창은 겨울에 더 유명한 지역이지만 사실 가을의 봉평은 이 지역만의 조용한 멋이 살아나는 계절이다. 봉평은 이효석 작가의 메밀꽃 필 무렵으로도 알려져 있지만, 메밀꽃이 진 뒤의 풍경은 조금 다른 매력을 지닌다. 오대천을 따라 걷는 산책길에는 이른 가을 바람이 불고, 강가의 얕은 풀숲과 나무들이 붉은 기운 없이도 계절을 보여준다. 유명한 메밀꽃 축제가 끝난 후의 봉평은 조용하고, 담백하고, 어쩌면 조금은 쓸쓸하기까지 한 감성을 준다.

 

그렇기에 더 특별하다. 마치 무대 뒤를 본다는 느낌처럼 평소엔 감춰져 있던 진짜 풍경이 드러나는 시간. 이효석문학관 주변의 작은 북카페, 한적한 시골찻집에서 보는 창밖 풍경은 책 한 권과 차 한 잔으로 하루를 보내기에 충분하다. 도시에서 벗어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가을의 평창 봉평은 조용한 안식이 되어줄 것이다.

 

충남 예산 – 수덕사와 덕숭산, 안개가 드리우는 아침

충남 예산은 아직 관광지로 대대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 조용함 덕분에 진짜 가을의 고요를 찾을 수 있는 곳이다. 그 중심에 있는 수덕사는 가을이 시작되면 절집 특유의 깊은 울림이 더욱 진해지는 장소가 된다. 수덕사 뒤편으로 뻗은 덕숭산 자락에는 이른 아침이면 안개가 슬며시 내려앉고 계곡과 전각들 사이를 흘러내리는 바람에 절로 숨소리조차 줄어든다.

 

가을에는 나무들이 색을 바꾸기 전, 공기부터 달라진다. 이곳에선 그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절집 마당에서 들리는 종소리, 담장을 따라 떨어진 이른 낙엽 그리고 차가운 돌계단이 만들어내는 감각적 기억. 예산에는 수덕사 외에도 의좋은 형제 이야기로 유명한 덕산온천, 예당호 출렁다리 등도 함께 둘러볼 수 있어 짧지만 깊이 있는 여행 코스로 추천할 만하다. 적당히 걸을 수 있고, 잠시 멈춰 쉴 수 있으며 도시와는 다른 계절의 속도를 느낄 수 있는 곳. 예산은 그런 틈 사이의 가을을 담아내는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