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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브랜드의 오점 – 나이키의 실패로 본 글로벌 리스크

by 비안트 2025. 5. 12.

    [ 목차 ]

 

나이키는 전 세계 스포츠 브랜드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Just Do It이 라는 슬로건과 함께 수많은 스타 선수, 혁신적인 기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대를 이끌어왔다. 하지만 그 찬란한 성공의 그림자에는 눈을 돌려야 할 실패의 순간도 존재한다. 때로는 기술의 결함, 때로는 윤리적 논란, 때로는 소비자와의 단절이 브랜드를 위협했다. 이번 글에서는 나이키가 겪었던 대표적인 실패 사례를 중심으로 성공한 브랜드일수록 간과하기 쉬운 리스크에 대해 살펴본다.

 

세계 1위 브랜드의 오점 – 나이키의 실패로 본 글로벌 리스크
세계 1위 브랜드의 오점 – 나이키의 실패로 본 글로벌 리스크

 

무너진 발끝의 신뢰 – 자이온 윌리엄슨과 펑크난 나이키 운동화

2019년 2월 미국 전역의 이목이 집중된 대학 농구 경기에서 충격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듀크대학교의 슈퍼스타 자이온 윌리엄슨이 경기 시작 30초 만에 나이키 농구화가 찢어지며 넘어졌고 무릎 부상으로 경기에서 이탈했다. 사건의 파장은 즉각적이었다. 현장에 있던 오바마 전 대통령마저 놀라는 장면이 중계됐고 나이키 주가는 하루 만에 1% 가까이 하락하며 시가총액 약 10억 달러가 증발했다. 단순한 제품 결함이었지만 브랜드 이미지에 가한 충격은 엄청났다.

 

자이온 윌리엄슨은 NBA 지명을 앞둔 차세대 스타였고 그가 착용한 운동화는 나이키의 대표 라인 중 하나인 PG 2.5였다. 제품 테스트와 품질 관리에 강점을 보여왔던 나이키에게 이 사건은 품질 보증의 실패로 각인됐다. 특히 농구화처럼 격렬한 움직임을 요구하는 제품에서의 파열은 선수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어 단순한 불량의 문제로 끝나지 않았다. 나이키는 즉각 해명을 내놓고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윌리엄슨 전용으로 개량한 운동화를 제공하는 등 위기 대응에 나섰지만 이 사건은 고가 스포츠 제품이라 하더라도 완벽하지 않으며, 브랜드의 명성이 언제든 부서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나이키는 이후로도 지속적인 기술 개선과 선수 개인 맞춤형 제품 개발을 강조했지만 자이온 사건은 나이키가 제품 신뢰도 관리에 얼마나 민감해야 하는지를 각인시켰다. 한 번의 실패가 수십 년 쌓아온 이미지를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은 스포츠 브랜드로서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 자산인지를 다시금 일깨운다.

 

쿨함에 가려진 그림자 – 노동 착취와 글로벌 불매운동

1990년대 후반 나이키는 글로벌 불매운동의 중심에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시아와 남미 등지에 있는 생산 공장에서 비인간적인 근무환경과 아동 노동 문제가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위치한 하청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미만의 급여, 장시간 노동 심지어는 신체적 학대에 노출되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나이키는 노동착취의 상징이라는 낙인이 찍히며, 미국과 유럽의 소비자들 사이에서 거센 반발이 일었다.

 

이때 나이키는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본사는 우리는 생산만 위탁했을 뿐, 고용은 해당 국가 하청업체가 담당한다는 입장을 내놓았고, 이는 책임 회피로 해석되며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소비자들은 나이키의 브랜드 이미지가 쿨하고 자유로운 스포츠 정신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이윤을 위해 열악한 노동 환경을 방치했다는 점에 분노했다. 이로 인해 다양한 시민단체와 대학 커뮤니티에서 나이키 제품에 대한 보이콧이 벌어졌고 미국 내 수많은 대학들이 공식 스포츠 용품 계약에서 나이키를 배제하기도 했다.

 

결국 나이키는 2001년, 창립 이래 처음으로 자체 공급망의 노동 환경을 점검하고, 생산공장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후 윤리경영과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며 사회적 책임을 위한 전략을 강화했다. 하지만 브랜드가 글로벌화를 추구할 때, 현지 문화와 윤리, 노동 환경을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되려 브랜드 정체성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뼈아픈 교훈으로 남는다. 특히 오늘날 ESG 경영이 중요한 화두가 된 지금 나이키의 과거는 기업이 윤리를 등한시할 때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소비자를 잊은 전략 – FuelBand의 실패와 웨어러블 시장 철수

2012년, 나이키는 새로운 기술적 도전에 나섰다. 나이키+ FuelBand는 손목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하루 동안의 활동량을 측정해 점수화해주는 피트니스 밴드였다. 이 제품은 출시 초기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며 헬스케어와 피트니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애플과의 협업도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그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FuelBand는 기술적으로 제한적이었고 수많은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워치의 등장에 곧바로 밀려났다.

 

가장 큰 문제는 사용자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FuelBand는 단순한 걸음 수와 활동량 측정 외에 부가적인 가치나 확장성을 제공하지 못했고, 앱 생태계도 매우 제한적이었다. 반면, 동시기에 등장한 피트니스 트래커 브랜드인 핏빗이나 갤럭시 기어, 애플워치는 건강 데이터, 메시지, 알람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며 빠르게 시장을 장악했다. 나이키는 이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결국 2014년 FuelBand 사업부를 해체하며 웨어러블 시장에서 철수했다.

 

나이키는 이후 디지털 헬스케어를 위한 투자를 줄이고, 다시 소프트웨어 중심의 플랫폼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FuelBand의 실패는 나이키가 기술을 통해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때 얼마나 치밀한 전략과 소비자 이해가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단순히 브랜드 파워만으로는 기술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으며, 운동화 브랜드라는 기존 정체성과 기술 제품 간의 괴리를 좁히지 못한 점도 패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