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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짓는 일부터 외로움 듣는 일까지 – 세계 속 독특한 틈새 직업들

by 비안트 2025. 5. 16.

    [ 목차 ]

 

우리가 알고 있는 직업의 세계는 단지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들, 시대가 변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역할들이 있다. 그리고 이들은 종종 기존의 틀을 벗어나 삶을 더 섬세하게 만든다. 오늘은 글로벌 시장에서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 특이하면서도 실질적인 해외 틈새 직업들을 탐색해본다.

 

 

이름 짓는 일부터 외로움 듣는 일까지 – 세계 속 독특한 틈새 직업들
이름 짓는 일부터 외로움 듣는 일까지 – 세계 속 독특한 틈새 직업들

 

베이비 네이머 – 이름 하나에 담긴 삶의 전략

한 아이의 이름을 짓는 데 수천 달러가 들어간다고 하면 과장이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상류층 부모들 사이에서 베이비 네이머라는 직업이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단순히 예쁜 이름을 지어주는 수준을 넘어, 이들은 하나의 전략적 브랜딩으로서 이름을 설계한다. 부모의 가치관, 가문의 역사, 이름의 글로벌 경쟁력, 발음의 용이성, SNS에서의 활용 가능성까지 고려한다. 마치 기업의 브랜드 네이밍을 하듯 아이의 이름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는 트렌드 조사부터 통계 분석, 심리학적 접근이 함께 이뤄진다. 인기 있는 이름이 너무 많으면 개인성이 약해지고, 지나치게 독특하면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올리비아와 리암 같은 상위권 이름을 피하기 위해 베이비 네이머에게 의뢰하는 부모도 늘고 있다. 이들은 이름의 사전적 의미, 역사적 인물과의 연관성, 유사 발음의 브랜드 여부까지 따진다. 일부 네이머는 아예 패키지 형태로 가족 구성원 전체의 이름 조화를 맞춰 제안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자녀가 기업가나 예술가, 정치인 등 특정 분야에서 활동할 경우 예상되는 이름의 반응까지 시뮬레이션한다.

 

이러한 직업은 단순히 부모의 허영심을 자극하는 서비스로 보일 수도 있지만, 현대 사회에서 이름은 정체성과 이미지,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점점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름은 평생을 함께하는 언어이자 사회적 레이블. 그렇기에 수천 달러를 들여서라도 좋은 이름을 찾으려는 사람들은 점점 늘고 있으며, 이 독특한 직업 역시 전문화되어가고 있다.

 

프로페셔널 커들러 – 따뜻한 접촉의 직업화

 

미국, 일본,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프로페셔널 커들러가 정식 서비스 직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언뜻 보면 다소 낯설고 심지어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 직업은 단순히 껴안아주는 일이 아닌 심리적 안정과 인간적 연결을 제공하는 감정 노동이다. 특히 도시화와 디지털화가 극단적으로 진행된 현대 사회에서는 관계의 단절이 개인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고, 이러한 배경 속에서 탄생한 직업이다.

 

커들러들은 고객과 함께 누워 있거나 머리를 쓰다듬고 손을 잡으며 정서적 위로를 제공한다. 성적 목적은 철저히 배제되며 서비스 전 계약서를 작성하고 자세한 윤리 기준을 따른다. 고객은 사회적 외로움, 우울증, 상실감, 이별의 아픔 등 다양한 이유로 커들러의 서비스를 찾는다. 어떤 이는 단순히 사람 온기를 느끼고 싶어서 또 어떤 이는 PTSD나 신체적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치료의 일환으로 이 서비스를 활용한다.

 

커들러는 단순한 스킨십 제공자에 그치지 않는다. 심리 상담 교육을 받은 이들도 많고, 고객의 신체 언어와 감정의 미세한 신호를 읽어내는 감수성이 필수적이다. 이 사람은 지금 어떤 위로를 원하고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표정 하나 손짓 하나에 집중한다. 커들링 세션 이후 고객의 눈물이 터져 나오는 경우도 많고 어떤 고객은 커들러를 인생의 심리적 안전망처럼 여기기도 한다.

 

미국에는 Cuddlist, Snuggle Buddies 같은 플랫폼이 존재하며, 이곳을 통해 수요자와 공급자가 연결된다. 정기 고객을 확보해 일정 수입을 올리는 커들러도 존재한다. 접촉이 금기시되던 시대에서 이제는 건강한 신체 접촉이 치료와 회복의 수단으로 여겨지기 시작한 것이다. 외로운 시대에 탄생한 이 직업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 중 하나인 연결의 새로운 형태를 보여준다.

 

라이프엔드 플래너 – 죽음을 설계하는 사람들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정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일본과 미국, 유럽에서는 라이프엔드 플래너라는 새로운 직업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장례를 준비해주는 장례지도사와 달리 살아 있는 사람과 함께 죽음 이후의 모든 과정을 미리 설계한다. 유언 정리부터 장례 방식 결정, 유산 분배 계획, 추모 행사 연출, 사후 영상이나 편지 작성까지 포괄한다. 삶의 마무리를 스스로 통제하고 준비하는 시대의 요청에 따른 결과다.

 

일본에서는 슈카쓰라는 개념이 이미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 고령화와 고독사 문제로 인해 생전 정리를 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처럼 여겨지며, 이에 따라 라이프엔드 플래너가 탄생했다. 이 직업은 심리 상담과 법률 지식, 장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하며, 고객이 겪는 두려움과 불안을 수용하고 정리해주는 정서적 전문성도 요구된다. 고인의 인생을 정리하고 남겨질 사람들의 상처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는 이들은, 마치 삶의 마지막 큐레이터와도 같다.

 

한 사람의 삶을 가장 조용히, 그러나 가장 섬세하게 마무리하는 이 직업은 앞으로 더욱 각광받을 가능성이 크다. 생전 정리를 전문으로 도와주는 기업도 늘고 있으며, 관련 자격증이나 교육 프로그램도 확산 중이다. 특히 죽음을 터부시하지 않는 세대가 등장하면서, 자신의 방식대로 생을 마무리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누군가가 떠난 후 어지럽게 남겨지는 것들을 정리하고, 삶의 마침표를 아름답게 찍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직업. 이보다 더 따뜻한 조력자가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