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목차 ]
택시 호출 서비스는 이제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일상입니다. 하지만 이 시장의 시작점에는 티맵 택시가 있었습니다. 에스케이는 국내 모빌리티 산업을 선도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주도권은 카카오에 넘어갔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티맵 택시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왜 실패했으며 그 안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지를 살펴보려 합니다. 기술만으로는 시장을 지배할 수 없다는 교훈이 이 안에 담겨 있습니다.
국내 최초의 택시 호출 플랫폼 시장을 너무 일찍 열었습니다
에스케이 플래닛은 2015년 티맵 택시를 통해 국내 최초로 본격적인 택시 호출 서비스를 상용화했습니다. 당시 에스케이가 보유한 T맵 내비게이션 데이터, 전국적인 위치 기반 기술, 유통망은 충분히 경쟁력 있는 자산이었습니다. 기술적으로만 보자면 티맵 택시는 훌륭한 출발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시장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시장 성숙도를 오해한 데 있었습니다. 당시 한국은 이미 대중교통이 잘 정비된 나라였고 택시 호출 역시 전화와 거리 승차가 일반적이었습니다. 고령의 기사층은 스마트폰 앱을 낯설어했고 이용자들 또한 앱 호출 방식에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에스케이는 미래를 앞서 내다보았지만 지금 시장의 호흡과 사용자 정서를 간과했던 것입니다.
게다가 티맵 택시는 기술 우위와 별개로 현장에서 체감되는 서비스 품질이 낮았습니다. 호출했지만 배차가 되지 않는 일이 반복됐고 기사들 또한 시스템을 신뢰하지 못했습니다. 배차 방식은 비효율적이었고 기사에게 주어지는 유인은 제한적이었습니다. 사용자는 호출이 안 되는 앱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이는 곧 브랜드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졌습니다. 선도자의 위치에서 기대되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 채 티맵 택시는 조용히 존재감을 잃어갔습니다.
사용자와 기사 누구에게도 매력적이지 않은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본질은 네트워크 효과에 있습니다. 수요와 공급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성장하는 구조 속에서 티맵 택시는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는 데 실패했습니다. 반면 기사 입장에서는 수익 구조가 명확하지 않았고 고객 확보에 있어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플랫폼은 어느 한쪽에서도 충성도를 얻지 못한 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2017년 카카오가 카카오 택시를 출시하면서 상황은 극적으로 달라졌습니다. 이미 전국민이 사용하고 있는 카카오톡 기반의 접근성, 대규모 마케팅이 한꺼번에 결합되며 카카오는 빠르게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특히 카카오는 기사 확보를 위한 인센티브와 고객 유지 전략을 정교하게 설계했습니다. 호출 성공률이 높아졌고 고객은 앱을 계속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달리 티맵 택시는 브랜드의 감성적 매력 서비스의 일관성,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지속적인 개선 없이 정체되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서비스 확장의 실패였습니다. 카카오는 단순한 택시 호출을 넘어 대리운전, 주차, 내비게이션, 결제까지 연계하며 사용자 체류 시간을 늘렸습니다. 티맵 택시는 호출 기능 외에는 서비스 확장을 거의 시도하지 않았고 결국 단일 기능 중심의 서비스는 사용자의 습관으로 자리 잡지 못했습니다. 플랫폼은 반복 사용자와 장기 체류를 통해 성장합니다. 이를 만들지 못한 티맵 택시는 사용자 확보와 유지에서 모두 밀렸습니다.
브랜드 자산과 데이터 모두를 지키지 못한 전략적 공백
티맵은 단순한 내비게이션이 아니라 SK텔레콤이 수년간 축적한 기술 자산이었습니다. 전국 도로 정보를 실시간 분석하고 사용자 주행 데이터를 수집하는 고도화된 시스템은 업계에서도 인정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기술적 기반을 모빌리티 플랫폼과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2020년 SK텔레콤은 티맵모빌리티를 분사하고 모빌리티 전문 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이미 시장 판도가 기울어진 뒤의 일이었습니다.
카카오는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서비스 개선과 마케팅에 활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출퇴근 시간의 호출 패턴, 지역별 수요 밀도, 사용자의 이동 경로 등을 바탕으로 배차 효율성을 높이고 신규 서비스를 설계했습니다. 반면 티맵 택시는 자사가 보유한 데이터 자산을 사용자 경험으로 연결하는 데 미흡했습니다. 기술은 있었지만 그것을 사용자 중심의 솔루션으로 만드는 감각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더불어 브랜드 전략에서도 혼란이 있었습니다. 티맵 택시라는 이름은 기능 위주의 호칭으로 감성적 접근이 부족했습니다. 반면 카카오T는 이미 카카오라는 감성 브랜드와 연계되어 있었고 디자인도 일관된 감각을 유지했습니다. 이후 에스케이는 글로벌 우버와 합작해 우티 라는 브랜드를 새로 만들었지만 이는 기존 티맵 사용자 기반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한 채 새 출발만을 강조했습니다. 브랜드 연속성과 신뢰를 지키지 못한 전략이 결국 시장 내 위치를 더 모호하게 만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티맵 택시의 실패는 기술 부족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기술은 있었지만, 그것을 사람에게 맞춰 전달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플랫폼은 타이밍과 실행의 예술입니다. 아무리 좋은 출발이라 해도 시장의 흐름을 놓치고 사용자 중심 설계를 실패하면 그 결과는 경쟁자에게 기회를 넘겨주는 것이 됩니다. 에스케이는 이 서비스로 10년을 내다보았지만, 그 10년 동안 시장은 너무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결국 놓친 건 기술이 아니라 타이밍과 공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