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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 건 한순간이었다 – 펩시 블루의 퇴장과 감각의 실패 2002년, 세상은 여전히 쿨함이라는 단어에 열광하고 있었다. 디지털은 빠르게 일상을 점령해갔고, 젊음과 감각은 브랜드의 언어가 되었다. 그 중심에 있던 펩시 역시 새로운 시도를 시작한다. 단순히 콜라의 대항마로 남지 않기 위해 펩시는 더 과감한 색채와 더 자극적인 감성을 선택했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펩시 블루였다. 푸른빛의 액체, 미래적인 병 디자인, 청량함을 넘은 인공적인 향.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선택이었고, 당연히 대중은 흥미를 보였다. 하지만 그 관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펩시 블루는 출시 2년도 채 되지 않아 시장에서 사라진다. 찬란한 등장과는 다르게, 퇴장은 조용했고, 허무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그 인공적인 푸름에 열광하지 않았고, 브랜드는 실험을 접는다. 그리고 남은 건, 이유 없이 사라.. 2025. 4. 21.
지붕 위에 시간 내린 마을 – 설경이 아름다운 마을 여행 눈은 모든 풍경을 낯설게 바꾼다. 익숙한 길도, 흔한 건물도, 한순간에 다른 세상이 된다. 특히 오래된 마을 지붕 위에 눈이 쌓이기 시작하면 그곳은 더 이상 현실의 공간이 아니다. 사람의 손때가 느껴지던 벽돌집, 오랜 시간을 품은 기와, 굴뚝 끝에 걸린 하얀 숨결까지. 모두가 멈춰 있는 것 같은 풍경 속에서 우리는 시간보다 더 느리게 머물게 된다. 오늘은 그런 겨울의 마을 설경이 가장 아름다운 세 곳을 소개한다. 눈 내린 지붕 아래 흘러가는 고요한 겨울을 따라가 보자. 강원도 인제 원대리 – 구름 아래 하얀 마을인제는 겨울이면 순백의 땅이 된다. 그 중에서도 원대리는 특히 아름다운 설경으로 유명하다. 마을 입구부터 이어지는 소나무 숲 사이로 하얗게 덮인 논과 밭이 펼쳐지고, 그 위에 수북이 쌓인 눈이 .. 2025. 4. 18.
바다보다 더 깊은 산 속 – 겨울 호젓한 산골 마을 여행지 겨울이 깊어질수록 산은 더 조용해진다.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산골 마을은 특히 그렇다. 하얀 눈이 모든 소리를 덮고 나면 세상은 마치 한 번도 존재한 적 없는 곳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겨울 산골 마을을 찾아 떠나는 일은 바다를 마주하는 여행보다 훨씬 더 내면으로 깊숙이 스며드는 경험이다. 오늘은 그런 고요한 겨울 속에서 바다보다 더 깊은 시간을 품고 있는 산골 마을들을 소개한다. 경북 영양 수비면 – 하늘 아래 첫 마을 경북 영양군 수비면은 태백산맥 자락 깊숙이 숨겨진 마을이다. 전국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지역 중 하나로 겨울이 되면 더욱 적막함이 짙어진다. 그저 눈 덮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나무에 덮인 눈송이조차 바스락 소리를 낼까 조심스럽게 스친다. 이곳은 하늘 아래 첫 동네라 불리기도.. 2025. 4. 18.
지도에 없는 장소 – 국내 미공개 여행지 탐험기 대부분의 여행은 지도를 따라간다. 목적지를 검색하고 교통편을 확인하며 숙소까지 미리 예약하는 치밀함 속에서 우리는 확실한 여행을 추구한다. 하지만 모든 곳이 그렇게 검색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떤 장소는 아직도 지도의 경계 바깥에 있고 누군가의 기억이나 전설처럼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질 뿐이다. 오늘은 그런 곳 지도에는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국내의 미공개 여행지를 찾아 떠난다. 낯선 길을 따라가다 우연히 마주친 마을, 인터넷에선 찾을 수 없는 비경, 오래된 시간을 품고 있는 장소들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본다. 충남 예산 외딴집 마을 – 산길 끝 잊힌 터전예산군 덕산면 어느 깊은 산자락. 도로가 끝나기 전까진 아무도 이곳에 마을이 있을 거라 상상하지 않는다. 좁은 임도를 따라 굽이굽이 들어가면 마지막 .. 2025. 4. 17.
길의 끝에서 만난 풍경 – 도로 끊긴 마을로의 느린 여행 빠르게 지나쳐야만 할 것 같은 도로 위에서 가끔은 차를 세우고 싶은 충동이 든다. 도심을 빠져나와 국도를 달리고 그 끝에 도달했을 때 나타나는 마을들. 차로는 더 이상 갈 수 없고 걷거나 배를 타거나 아주 천천히 다가가야만 하는 그런 장소들은 의외로 우리 가까이에 있다. 오늘은 도로가 끊긴 자리에서 다시 시작되는 풍경들 그리고 그 안에서 시간을 다르게 살아가는 마을 세 곳을 소개한다. 지도로는 연결되지 않지만 마음으로는 오래 남는 여행이 될 것이다. 전남 고흥 애도 – 섬 끝 바다 위 고요한 마을전라남도 고흥의 다도해 해상에 숨은 애도는 배를 타야만 닿을 수 있는 섬이다. 차로는 더 이상 갈 수 없는 지점 고흥 녹동항에서 하루 몇 번 다니는 배편에 몸을 싣고 나서야 도착할 수 있는 마을이다. 애도는 이.. 2025. 4. 17.
고요한 시간이 머무는 곳 – 사람 없는 절경, 국내 숨은 명소 3선 소문난 명소는 아름답지만 조용하진 않다. 계절의 풍경을 오롯이 마주하려 할수록 우리는 더 깊고 덜 알려진 장소를 찾게 된다. 수많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엔 아직도 원형 그대로의 자연이 남아 있고 빠르게 변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느릿한 기척으로 계절을 담아내는 곳들이 있다. 오늘은 그 고요함 속에서 진짜 계절을 마주할 수 있는 사람 없는 절경 세 곳을 소개하려 한다. 충남 청양 칠갑산 천장호 – 잔잔한 호수에 시간을 띄우다 청양 칠갑산 자락에 숨은 천장호는 아직 많은 여행자에게 낯선 이름이다. 충남의 작은 산중호수로 화려함은 없지만 보는 이의 마음을 가만히 가라앉히는 조용한 매력을 지녔다. 특히 아침 안개가 피어오를 무렵 호수 위로 희뿌연 물안개가 부유하는 풍경은 이 세상 같지 않다. 여름이.. 2025. 4. 17.